로드킬

집 옆에 작은 공원이 있습니다.

 

 

퇴근길에 공원 앞 도로에 있는 검은 고양이를 보았습니다. 편의점을 갈 때면 늘 지나치던 이 공원은 길고양이들의 휴식처입니다. 어쩌면 생존터 일 수도 있죠. 공원 벤치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, 운동삼아 둥글게 걷고 있는, 간단한 음주를 몰래 즐기는, 애초에 그 고양이들을 위해 오는, 그러한 사람들의 작은 간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모양입니다. 그런 모습들을 보며 오가던 그 공원 앞에 이 녀석이 있습니다. 이 녀석도 자주 이 공원에서 끼니를 때웠을 것입니다. 언젠가는 저와 눈이 마주쳤는도 모르겠습니다.

 

 

머리 방향이 산 쪽인걸 보니 공원을 들렀다 가는 길이었나 봅니다. 배불리 즐긴 것이냐...? 오늘은 저녁 약속이 있었기에 샤워를 마치고 다시 집 밖을 나섰습니다. 꾀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이 녀석은 도로 위에 있습니다.

 

누군가는 보았을 텐데.. 길고양이의 인생이란 외롭구나.. 너도 누군가에게는 귀여웠던 고양이었을까...? 넌 그동안 누군가의 마음을 얻지도 못한 것이냐.. 그리했는데 그 사람이 지금의 너를 못 본 것이냐..

 

 

꾀나 귀여움 받았을것같은 너인데 지금 모습이 참으로 못 봐주겠다.. 오늘따라 공원이 한적 하구나..

 

지인과 저녁을 먹고 술도 겸하며 오랜 시간 인생사 얘기를 늘어놓았습니다. 고민이며, 즐거웠던 추억이며, 슬펐던 추억까지. 배도 부르고 취기도 오른다. 내일은 또 편하지만은 않은 일상이 있으니 이만.. 번화가를 뒤로 한 채 터벅터벅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집으로 향해 봅니다.. 점점 가까워져 옵니다. 그 녀석이 있던 곳.. 제발 없길 바라봅니다..

 

 

불쌍한 그 녀석을 또 보고 싶지가 않습니다. 편의점에 들려 고양이 간식을 샀습니다. 먼발치 아직도 그 녀석이 보였기 때문에... 머리를 만져보고 살그머니 들어 보았습니다. 이미 뻣뻣하게 굳어버린 녀석,

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던 거니?


산밑 풀숲에 가지런히 놓아두고 머리맡에 간식을 두었습니다.

 

 

"잘 가거라. 진즉 보담아 줄 것을.. 다음엔 좋은 주인 만나 행복하게 오래 살길.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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